[인터뷰 - 정재민 변호사 "SK家 이혼, 법원은 재산분할 판단 기준 명확히 해야"[아이뉴스24 2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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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 기여도 변화 따라 재산분할 비율도 조정돼야"
"주장하는 사람 입증이 기본 원칙…약속어음만으로는 부족"
"징벌적 판결…이혼소송도 형사 '양형기준표'같은 기준 필요"
"현대 사회, 개인 자유 중요시돼…유책주의 아닌 파탄주의로"
정재민 법무법인 '예문정앤파트너스' 대표 변호사가 2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법무법인 예문정앤파트너스에서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아이뉴스24 이시은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이 2심에서 1조3803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재산분할이 결정되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가정법원 판사 출신인 정재민 법무법인 ‘예문정앤파트너스’ 대표 변호사는 재산분할 판단의 모호성을 지적하면서, 기준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이혼소송, 개개인의 가치관에 좌우돼…"명확한 기준 필요"
정 변호사는 21일 서초구 예문정앤파트너스 사무실에서 가진 <아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이혼소송에 대해 "1심과 2심이 종합적으로 결론이 매우 다르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그 근본적인 원인은 법원의 재산분할에 관한 기준이 너무 모호하고, 그렇기 때문에 판사의 가치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여지가 너무 넓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법연수원 32기인 정 변호사는 대구지법 가정법원 판사 출신이다.
특히 정 변호사는 이번 판결이 징벌적인 경향이 반영이 된 것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이는 이혼 판결이지, 형사 판결이 아니다"라면서 "손해배상이라는 것은 그로 인한 손해를 정산해 주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개인적인 가치관이 지나치게 드러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정 변호사는 양형기준표가 적용된 형사판결을 예시로 들며 재산분할에도 구체적인 기준을 정립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형사 판결에서는 판사마다 다르고 얼마 나올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지난 2007년부터 양형 기준표를 만들었다"며 "재산분할 역시 비단 재벌에 관한 문제일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게도 아주 중요한 문제로, 구체적으로 정립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여도 10배 변동됐는데…"재산분할 비율도 함께 조정돼야"
2심 판결 경정에 대해서는 '경정의 범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입증이 어려운 '무형적 기여'가 있다는 이유로 재산 분할 비율 역시 바꿀 수 없다는 것은 납득이 어렵다는 것이다. 정 변호사는 "판결 경정의 요건은 판결의 내용을 실질적으로 변경하지 않는 범위에서 사소하고 명백한 착오여야 한다"며 "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부친인 최종현 선대회장의 기여도에 따라서 최태원 회장의 기여도가 대폭 좌우되는 구조로 선대회장의 기여도가 10배 더 평가되었어야 했다면 최 회장의 기여도나 그에 기한 노 관장의 기여도도 그에 맞게 조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판시한 '무형적 기여' 자체에 대해서도 명확히 입증된 사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 변호사는 "어떤 사실을 입증하는 것은 사실의 존재를 주장하는 사람이 하는 게 원칙"이라며 "약속어음이라는 것은 돈을 실제로 건네받고 끊어줄 수도 있고 나중에 돈을 주기로 약속하고 끊어줄 수도 있는데 약속어음이 있다고 무조건 거액을 줬다고 인정하는 건 무리"고 말했다.
정재민 법무법인 '예문정앤파트너스' 대표 변호사가 2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정곡빌딩 남관 사무실에서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재벌은 특별대우?…일반인과 동일한 기준 적용해야
정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서) 위자료의 경우 20억이 인정됐는데, 일반인들은 2~3000만원 정도"라며 “현재 이혼소송에 있어 서민과 재벌간에 정신적 고통의 크기가 달라야 하는지, 정신적 고통을 배상하는 위자료에 경제적 수준과 소비 패턴을 고려해야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같은 기준에서 기본적으로 SK주식이 재산분할에 포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일반 국민들은 부부 일방이 어떤 큰 어떤 영업을 하거나 경제활동을 한 거 경우에 재산 분할 대상에 다 포함해 기여도로 배분하고 있다"면서 "물론 주식의 경우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나 본질적인 차이는 아니고, 재산 비율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한국의 법원이 이혼소송에서 기본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유책주의를 넘어 '파탄주의'를 채택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유책주의란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는 한편, 파탄주의는 책임과 무관하게 이혼을 신청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정 변호사는 "개개인의 자유가 중요해진 시대"라면서 "성에 관한 관념, 남녀의 경제적 그런 입장 등도 많이 변화한 사회이기 때문에 파탄주의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32기로 대구지법 판사, 대구지법 가정법원 판사를 역임한 뒤 법무부 법무심의관과 법무부 송무심의관으로 올해 3월까지 공직생활을 했다. 2009년 소설 '독도 인 더 헤이그'를 펴낸 뒤 올해 나온 '범죄사회'까지 총 8권의 저서를 펴낸 중견 소설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모두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작품으로, 그만큼 국민 삶을 더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변호사로 개업한 뒤 예세민(사법연수원 28기) 전 춘천지검장, 문준섭(29기) 전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와 함께 법무법인 '예문정앤파트너스'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예문정앤파트너스'는 사건의 각 단계에서 검찰·법원 등 전관 출신들이 고도로 협업해 국면별로 해결안을 제시하는 독특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